몽홀

일상 2019. 5. 13. 10:56

'몽홀의 겨울은 길고 지루하고 혹독하고 참담하다. 일 년에 8~9개월이 영하 30~40 여도를 밑도는 참혹하고 혹독한 땅 몽홀. 모든 것이 얼어붙는 땅에서 생명들이 목숨을 이어가기는 처절하다.

그들에게는 젊은 남자들이 우선이다. 먹어서 힘이 있어야 사냥을 하건 약탈을 해오건 먹거리를 구해 올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다음은 어린아이들을 먹인다. 물론 충분치 않다. 아이들이 살아남아야 앞날의 버팀목이 될 것이 아닌가. 다음은 엄마가 여자가 먹는다. 여자는 아기를 낳아야 하니까. 역시 충분치 않다. 그런 다음에야 소량의 찌꺼기 같은 음식들이 노인들 차지가 된다. 겨울이 깊어지면 그나마도 먹지 못할 때가 허다하다. 노인들이란 생산적인 생명들이 아니니까. 굶어 죽는 사람들은 항상 노인들이 우선인 그런 패륜의 시대. 그런 시대 몽홀.'

장태산 작가의 네이버 웹툰 '몽홀'의 프롤로그. 무려 10년을 스토리를 준비하셨다고 한다.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적지 않은 연륜에 웹툰에 도전하셨다니 그것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진다. 창작된 스토리이지만 느낌은 역사의 한장면 처럼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피가 튀고 살이 뜯겨 나가는 듯한 생동감 있는 그림체는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아버지의 죽음, 어머니의 납치, 동생의 죽음. 한꺼번에 벌어지는 이 살육전에서 소년은 초인적인 본능으로 젖먹이 동생을 살리려 애쓰지만 결국 살리지 못한다. '이름 없이 죽으면 영혼조차 없다는데. 틀렸다. 태어나는 순간 모든 생명들은 영혼을 가진다.' 아기의 죽음에서 자신을 살려준 주술사와 나눈 짧은 대화에서 나는 의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아기의 그 짧은 생에서 아기는 어떤 기억을 가지고 갔을까. 인생은 태어난 것 자체로 목적을 다했다는 말처럼 바깥세상 바람이라도 쐬고 갔다면 그조차도 잘된 일일까? 소년은 아기의 주검 앞에서 주술사에게 새끼 낙타를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어미 낙타 앞에서 그 새끼 낙타를 목졸라 죽인다. 새끼 낙타가 죽은 장소를 어미 낙타는 죽을 때까지 절대 잊지 못한다고 믿는 몽홀에서 동생의 죽음을 잊지 않겠다는 소년의 의지였다. 피비린내가 코끝에 스민다.

스포는 여기까지 입니다. 아직도 웹툰은 아껴서 보고 있습니다. 작가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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